늦은 후기이지만 이제라도 올려본다.
가끔 쌩뚱맞은 여름 제주도 여행 후기가 올라와도 이해해주길. ㅎㅎ
지난 여름 8/13~17, 무려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회사에 다닌 지난 5년간 일부러 여름에 휴가를 내고 어딘가로 멀리 여행을 다녀온건 처음이다.
여행 첫날
전날부터 불안불안하다 싶더니만, 아침에 일어났더니 폭우가 내리고 있다. 뭐, 하지만 상관없어. 우비입고 놀면 되니까. 둘다 비에 젖고 지친 모습으로 노량진 역에서 만나 출발~ 휴가를 내어 평일날 출발하는 거라 전철 안에는 출근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커플 여행 가방을 끌고 둘이서만 신났다. 요즘은 거의 차만 가져다녀서 그런지 간만에 전철을 타니 여행 기분에 더해 더 두근두근하다. 불쌍한 통오빤 내 가방도 열심히 들어주고. ㅋㅋ
출발! 김포공항은, 대학교 1학년 때 이후론 처음 가본다. 간만에 비행기 탄다는 통오빠도 신났다. 멀리서 제주항공 비행기가 보인다. 프로펠러! 언젠가 한번쯤은 타보아야지.
다행히 공항에 도착할 즈음엔 비는 개어있었다. 게다가 여행 내내 비가 아주 적당히, 적절히 내려주어서 여행을 더 즐겁게 해주었달까?
비행기에서 내려 바로 렌트카를 가지러 갔다. 첨에 당첨됐던 LPG 토스카는 브레이크가 안들어서, 4천 키로밖에 뛰지 않은 새 토스카를 획득. (어딜가든 차를 빌릴땐 완전히 떠나기 전에 시운전을 해보는 것이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했던가... 일단 맛집부터 들러본다.
두근두근하면서 처음 찾아간 곳은 " 물항식당 "제주 공항에서 꽤 가깝다. 차를 타고 15분 정도? 매우 평범해 보이는 간판이었지만, 인터넷에 맛집으로 소개된 느낌이 팍팍 나는 집이었달까? 그치만... 우리가 먹은 메뉴가 그냥 그래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가격에 그 음식은 너무 비싼거 같다. 미역국 하나에 7000원씩! 양이 많기는 하지만 차라리 가격을 낮춰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갈치국이나 생선 조림을 시킨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갈치국은 시키기가 좀 꺼려졌고 (마지막날 후회했다. 갈치국 맛있다.) 조림은 둘이 시키기엔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하나에 25,000원 이상이니 둘이 먹고도 남을 양이지만 선뜻 시키기가 꺼려지는 가격이다. 결국 고른 메뉴는 메뉴는 한치 물회와 성게 미역국. 바다냄새 작렬이었지만, 배고픈 상태여서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간 곳은
" 물찻오름 " 사실 오름 자체보단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제주는 웬만한 도로가 다들 드라이브 코스라고 말해도 될 정도지만, 특히 물찾오름에 가는 이 길이 가장 예뻤던것 같다.
날이 조금 흐려서 그랬는지 오름에 가지는 않고 입구에서 도로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카메라 좀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찍고 갔을법한 예쁜 숲길.을 지나 물찻오름 입구에 가면, 덜렁 이름이 써져 있는 돌덩어리 하나가 입구의 전부다.
비가 올만한 날씨여서 잠시 고민을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안올라가면 후회할것 같다는 의견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 결정은 정말.... 초보 여행객 스러운 실수였던 것이다!!! 한 시간 남짓한 잠깐의 등산으로 인해 온몸이 쑤셔서 4일 내내 피곤에 쩔어있었던 것이다.. Orz)
아무튼.
물찻오름은.. 그냥 입구만 보고 가라고 추천해주고싶다.
너무 기대를 하고 올라가서 그런지, 드라이브에서 느꼈던 감동도 초콤 덜해지고... 힘들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닌 듯, 도로 외에는 거의 등반이었는데, 긴팔, 긴바지, 등산용 신발이 필요한 곳에서, 반바지에 나시티, 운동화 신고 가서 약간 고생.. (모기도 무지하게 물렸다) 길도 매우 좁고, 입구에는 주차장도 거의 없다. 한두대 정도 댈 수 있는 공터가 있는 정도였다.
(다음에 제주에 가게되면 오름따윈 가지 않을거야. 한라산도 가지 않을거야. -ㅍ- 역시 등산은 싫어!!)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산을 내려와 차에 타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조난당할 뻔한 위기를 벗어났어!
저질 체력으로 산에 올랐더니 흐느적 흐느적 거리는 팔다리를 이끌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 소인국 월드 "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공원 안에 있는 기념품센터에서 얼른 비옷을 사입었는데, 이 때 산 일회용 우비 4개는 여행 내내 완소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제주 지도를 보면 몇 곳의 소인국 월드가 있는데, 우리는 약간 북쪽으로 제주시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딱 전형적인 테마파크였는데, 유명한 세계 명소(라고 하지만 거의 건물이다)들을 축소해서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구경거리가 많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장난치면서 사진찍고 놀기 좋은 곳.
쏟아지는 비에 카메라가 젖을까봐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첨벙첨벙 고인물을 튀기며 놀다가 간식으로 떡볶이도 사먹고, 노곤해진 몸도 기분도 가뿐해졌다.
불타버린 남대문 앞에서, '나이아가라'라고 써있지만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분수 앞에서 한컷.
테마를 알수 없는 제주도 집 모양 앞에서, 큰바위 얼굴도..
들어가서 사탑 좀 밀어보라고 했더니, "꼭 해야되?" 하더니만 완전 깜찍한 포즈. (나한테만 깜찍한가?)
첨엔 좀 어정쩡해 보였지만, 계속 보니 귀여운 루피랑도 한컷.
비가 오지 않았다면 사진 백장은 더 찍었을 수 있었을 텐데, 약간 아쉽다.
소인국 월드를 나와서는 지나오다 본
" 제주돌문화박물관 " 에 잠깐 들렸는데, 별로다. 그런 취향은 경민오빠나 나나 매우 비슷해서.. 이 곳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면서 대충 몇 장 찍고는 나와버렸다. 누군가의 블로그 글에 너무너무 좋았다, 내지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등등의 말이 써있었지만, 수석 같은데 무지한 우린 돌 박물관이 재미없는데다, 공원은 너무 넓고 광활해 보였다. 이미 물찻에 지친 우리는 그냥 Pass 할 수 밖에...
대충대충 몇 군데 둘러 보고는 얼른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 바스메 " 란 식당이었는데 메뉴는 말고기. 메뉴 리스트가 따로 없고 들어가면 인원 수 대로 코스요리가 나온다.
코스는...
'말고기 햄버거스테이크 - 말고기 육회 - 말고기 로스구이 - 말고기 갈비찜 - 말고기 내장 - 말고기 사골탕' 으로 (가격은 사진을 참조하여 1인분에 2만원) 먹을만은 했지만 soso하다.
'말고기'라는 특이한 점이 아니었다면 매우 화를 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는 먹기 힘든 말고기니까.. 라는 생각으로 간다면 뭐...
기본 상차림은 보통, 이라기 보다는 약간 빈약하다.
제주 식당에 가면 늘 나오는 해초 같은 나물이 있었는데, 이름을 잊었다. 그 외에는 보통 고깃집 기본반찬 정도랄까?
첫 코스는 함박 스테이크. 코스 중 젤 먹을만 했던것 같다. 소스는, 3분요리 완자에 들어있는 맛.
육회는 그냥 소고기 육회 맛과 거의 비슷하다. 약간 질긴듯한 감이 있지만, 생각보다 부드럽고 괜찮았다.
로스 구이에는 걷절이가 먼저 나온다. 겉모습만 보면 그냥 들에 나있는 풀들에서 나뭇잎을 뜯어온 것 같았는데, 향긋하고 꽤 맛있는 풀들이다. 말고기 냄새를 없에려고 일부러 그런건지... 양념이 너무 강해서 맵고 짜지 않았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고기를 구워서 얹어주면 이 야채를 싸서 먹으면 된다. 맛은.. 소고기랑 비슷하지만 설익혔음에도 훨씬 질겼다.
갈비는 그냥 소갈비 맛이지만 심하게 질기다. 안먹는게 좋겠다. 배도 불러진 상태였고, 맛만 보기 위해 한조각 먹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었는데, 결국 이상한 것이 나오고 말았다. 말의 내장....... 뭔가 창자 같은 부위등이 몇 조각 나왔다. 가게 언니 말로는 제주 사람들은 이 말 내장 특유의 냄새를 매우 좋아해서 일부러 냄새를 없에지 않고 내어준다고 한다. 근데 그 냄새라는게.. 지독하다. 비리고, 구리고, 울렁거린다. 오죽하면 경민오빠가 먹다가 뱉었다. 삼합도 쌈밥 먹듯 홍어를 두개씩 넣어서 싸먹는 그가 뱉었다면 말 다한거지.... 난 냄새만 맡아보고는 밀어버렸다.
마지막으론 말 뼈 우린 사골국물로 끓인 수제비가 나왔다. 수제비도 알록달록하게 빚어넣어, 예쁘기도 하고, 쫄깃쫄깃하고 맛났다. 소뼈로 끓인 사골하고는 사뭇 다른 미묘한 맛이었지만, 꽤 맛있었다. 관절에 좋다는 주인 언니 말에 배가 부름에도 꿀꺽 꿀꺽 국물까지 마셔버렸다.
한라산을 한잔 걸친 경민오빠를 대신해 운전을 해서 숙소인 대명콘도로 오는 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콘도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약간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공기에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세탁을 하고 콘도 앞 해변가도 산책해보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랑 안주도 사서 가볍게 나눠 마시고 잠자리에 든다.
헉.. 하마터면 여행 온 이유를 깜박할 뻔 했다. 8월 13일은 경민오빠 생일. 제주 여행을 가자고 결정했던 건 이것 때문이었는데 까먹다닛! 15일이 금요일이어서 좋은 기회이기도했고, 처음 같이 보내는 생일이니까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미 생일날은 모두 지나고 다음날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쪼꼼하게 생일축하를 해주고는 선물을 증정해보았다.
부럽. 난 언제 대련 아닌 곳을 ... Orz ..
난 출장이 아니라 휴가 내고 다녀온거잖어.
오빠도 휴가내고 다녀오라구~
난 휴가가 없다네 ... 크흑.
마지막 사진 마음에 드오!